길에서 미끄러질 뻔하거나, 계단을 내려는 동안 구두 굽 소리가
전보다 귀에 거슬릴 때 구두 바닥을 확인해보면 언제나-
얊팍하게 남은 고무 굽만이 아슬아슬하게 몸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그랬다. 산지 한 달 밖에 안된 샌들이기에 벌써 때가 됐을까 싶었는데
회사 복도에서 미끄러질 뻔 하고서야 구두를 살펴보니 못이 보일 정도로 닳아있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 회사를 도시는 구둣가게 아저씨는 내가 맡길 일이 생기니
기다려도 오시지 않고 시간이 날 때 구두 수선점을 찾았으나 가게들이
예전보다 많이 없어진 것인지..굽 한번 갈기가 여의치않다.
(사람들이 옛날처럼 한두 켤레로 오래 신는 게 아니라 많은 신발을 돌려 신기에
굽 수선할 일이 줄어서-자연히 구두 수선점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가 찾게 된 지하철역 근처의 구두 수선점-
아저씨에게 신발을 맡긴 채 갈색 슬리퍼로 갈아 신으니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어느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저씨의 능숙한 손길을 쳐다보게 된다.
먼저 까만 솔로 구두에 묻은 흙을 털고 베이지색 샌달에 맡는 고무판을 고른다.
(또 미끄러질 일이 두려워 굽갈이와 함께 밑판도 덧붙이기로 결정)
칫솔에 공업용 돼지 본드를 묻히고 구두 밑바닥과 고무판에 골고루 펴바른다-
좀 더 튼튼하게 붙이고자 고무판을 살짝 가스렌지 불로 가열하고
고무판을 바닥에 붙이고서 끝이 뭉뚝한 손방망이로 골고루 두들긴다.
그리고 네모지게 생긴 고무 자르는 칼로
고무판 가장자리를 구두 밑바닥 모양에 맞게 잘라낸다.
구두 굽도 고무판과 같은 색으로 고르고서
못과 망치로 또각또각 알맞게 박는다.
서비스라면서 손에 하얀 천을 두르시고 구두에 광택을 내주시는 아저씨.
샌달 앞에 달린 리본 장식까지 꼼꼼하게 닦으시는 손길에서 전문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구두 닦는 아저씨의 솜씨를 보면서
내가 디자인을 하는 태도가 아저씨가 구두를 대하는 태도처럼
꼼꼼하고 정성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세상에 그 어떤 일에 경중을 논하겠느냐마는
그 일을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경중을 생각해볼 수 있으리라.
그래도 이왕이면 쓸모있고 재밌는 일이 맡겨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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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올린에서 글 봅니다.
글 재밌네요.전 정보성 글보단 일상적인 글이 좋더라구요
디자인을 하시나 보네요. 전 순수미술을 전공했는데...
구두수선 아저씨처럼 장인정신을 가진 디자이너 되세요
아..그러고 보니 나도 샌들 하나 수선해야 하는데..-ㅂ-;
삐걱거리면서도 계속 신고 다니고 있었;;;
와우.
와닿네요.
" 일을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한 경중 "
염두해두겠나이다.
^^
어린시절 지방에 살때 기차타고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해서 방학때면 혼자 기차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옆자리 어른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연락처도 나누던 기억이 납니다. 부산 사직구장앞에서 화방 한다던 아저씨는 아직 학생인 제게 김밥에 소주를 사주시기도... 뿐만 아니라, 맥주도 종종 얻어 마셨지요. 기차는 탈선(?) 공간이였던 겁니다. 흠흠.. --; 어느날은 두개나 산 햄버거가 남아서 옆자리 아저씨에게 드렸는데, 영등포역근처에서 구두수선을 하는 분이라더군요. 어려운 시절등 역경을 이겨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분도 역시 맥주를 사주셨죠) 고아처럼 자라다 자살도 시도했고, 갖은 고생 하면서 구두 닦아서 자리도 잡고 구두수선집 사장이 되서 점포를 몇개나 갖고 있다던 얘기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구두수선하러 다니는 경우가 드믈지만(운동화를 애용함) 구두수선집을 지나다보면 딱한번 만났던 그분 생각이 납니다. - 미성년시절에 어른들에게 열심히 술 얻어 마시던 기억입니다
'구두 수선공의 마음으로 일하는 자세를 갖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다희님 글이였어요.
벌써 주말...
정말 오랜만에 쉬게 될 연휴군요..
그나저나 제 기본숙제가 끝나면
블로그를 좋은 방향으로 정리할랍니다..
좋은 일만 있으시길^^
charm_반갑습니다^-^
순수미술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네요-
캠퍼스에 그림을 그렸던 게 오래전 일이라..ㅠ
이올린에 실시간 인기글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쪽으로 재주도 없어서
그냥 일상적인 글 끄적끄적 거린답니다-ㅎㅎ
재밌게 봐주셨다니 기분이 좋아요!
꽃순이_어여 수선해~~삐꺽대서 발목 다치면 큰일이얏!
(언니 오늘 재밌었어-♡노래방에서 나 너무 신났었지;;ㅋㅋ)
Sputnik_흣^-^ 언제나 중요한 건 마음가짐~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물을 만드리라는 믿음-
(요즘엔 살짝 흔들리고는 있지만;;ㅠ)
OldBoy_구두 수선공의 마음으로 일하는 자세를 갖자
이 글의 주제 문장이네요-ㅎㅎ
기차타고 많은 분들과 이야기한 추억이라..
용감하고 그 나이 또래보다 의젓했을 모습이 그려지네요^-^
거기에 술 얻어 마시던 기억이라면! 더 몽롱한-ㅋㅋ
그분은 아직 구두 수선집을 운영하시고 계실까요-
UFO_그러게요~^-^오랜만에 쉬신다니
바쁜 숙제는 한 고비 넘기셨나봐요-
블로그를 좋은 방향으로 정리하신다면서
그렇게 인사를 남기시니..작별인사같아요ㅠ
그건 아니죠~? '_'
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좋은 글을 포스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방금 댓글 또 달고왔는데 실시간이네요^-^
저도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밑에 광고도 인디자인으로 만든 건데,
요즘 회사에서 모니터 하나두고 맥하고 피씨를 같이 쓰고있거든요-
재판 찍는 책이나 예전 자료들 때문에 당분간 맥을 쓰겠지만
과도기가 지나면 모든 작업을 피씨-인디자인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다희님.
댓글따라 왔네요. 처음 뵙는것 같습니다.
같은 디자인 일을 하시는 분을 만나게 되니 조금은 느낌이 새롭다고 할까요. 블로그 이곳 저곳을 돌아보니 재밌는 글들이 참 많군요.
진솔한 글들이 찾는 분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것 같습니다. 댓글의 흔적을 보니 모두 디자인로그에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이 수두룩 하다는 ^^ 그래서 더 반가운것 같아요.
그리고, 세상에 그 어떤 일에 경중을 논하겠느냐마는
그 일을 다루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경중을 생각해볼 수 있으리라. 라는 마지막 메세지가 인상적이였습니다.
덧, 그 아래 숨겨진 말의 의미도 깊이가 있구요 ^^
앞으로 자주 만나요^^
반갑습니다~
저도 글보고 클릭해서 들어갔는데 처음 뵙게되었네요-
같은 디자인 하는 분을 만나면 동질감 의식?도 느끼면서
더 반가워요^_^
아마도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만나게 되는 분들도 그러한가 봅니다.
그리고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_-
rss 등록할께요!
요샌 고쳐신지않고 새로사신는경우가 많아져서인지 신기료장수 아자씨들 보기도 어려워졌어요.
구두 아저씨를 신기료장수라고도 부르는군요!
이쁜 이름이에요~신기료라..^-^
저도 한켤레에 많아야 두세번 굽갈까-
오래 신지 못하고 바꾸게 되더라구요,
오래 신을 만한 가죽이 튼튼한 제품은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고있어서 더 그런듯하고요..
그러니 신기료장수 아저씨들을 보기고 어려워지고..흐;
이젠 스팸트랙백이 난립하는군요. 끙....
이제서야보고 깔끔히 청소했답니다 '_' 헥헥;
우웃 스팸이 여기서두..
나두 그래서 차단했었는데....
쩝 플러그인중에 찾아보면 스팸 막아주는 플러그인이 있을거에요..... 설정 하심이 좋을듯.
그 플러그인 설치해놨는데 그걸 사용하면
다른분들이 댓글이나 방명록 달 때 차단된 아이피라고 뜨거나
안달릴 때가 있어서 풀어놨어요 ㅜ
그러고 보면 회사에 오는 구두 아저씨는 평판이 안 좋던데요 -_-; 수선이 꼼꼼하지 않다고 하던가...
한번 맞겨봤는데;;그렇군요-_-
아저씨가 홀랑 구두 가지고가서 새거 갖다주는 거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수선점에서 지켜보면서 기다리는게 더 재밌어요..
흐흐^_^;
글 복사방지 스크립트 따위를 스킨에 붙여넣어 보세요. 일단 트랙백을 날리는 분들에겐 좀 미안한 일이지만, 글 복사방지 스크립트를 사용하면 최소한 난립하는 스팸 트랙백은 방지할 수 있을겁니다. 트랙백을 보내는 분은 소스보기해서 트랙백 주소를 카피해서 보낼수 있으니까, 괜찮을것 같군요. 저도 카피방지 스크립트를 사용하면서 스팸트랙백은 안들어 오더라구요.
글 복사방지 스크립트가 뭐에요 '_'
예를들면 이런거죠.
http://www.technote.co.kr/php/technote1/board.php?board=apple&page=15&command=body&no=128
헛 이제봤어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자세히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