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판형은 생각처럼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두성이나 한솔, 삼원과 같은 지류 업체에서는 종이를 46전지나
국전지로 판매하는데 종이의 종류를 결정하면 제작부에서는
지류 업체에 연락을 해서 인쇄소로 종이를 발주한다.
인쇄소에서는 이 종이에 인쇄를 하고 한꺼번에 잘라서
제책(종이를 책으로 제본하는 과정)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버려지는 종이가 생기기 때문에 자연히 책의 판형은
경제적인 손실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로 축약되게 된다.

내 책상에는 대표적인 판형들이 적혀있는데 기사에서 많이 말한 신국판-152*225
사륙판(B6)-127*188 / 크라운판-176*248 / 국판(A5)-148*210 등이 그것이다.
이런 판형들은 위에서 말한 종이 로스분을 최소화한 사이즈며 
오랜 시간 사용됐던 판형이라 그만큼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판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자기계발서 같은 경우 신국판이 대부분인데
내가 지금 잡은 책은 조금 세련된 느낌을 주고자 가로폭을 5mm 줄였다.
고작 5mm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책 폭을 많이 줄이게 되면 읽을 때
책장이 잘 벌어지지 않고 조판했을 때 본문 폭이 짧아서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읽으면서 시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데
그게 짧은 템포로 쉴세없이 반복된다고 보면..눈도 피로하고 호흡도 가빠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형체가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내용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요시모토 바나나로 시작돼서 쏟아지는 많은 일본 소설들이
작은 판형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주로 단편소설로 묶여있고 내용이
서정적이고 가볍다는 특징에 비추어 봤을 때 어울리는 것 같다. 
연구를 목적으로 만든 책 같은 경우 들어갈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크기에 한계가 있다.
또한 그림이나 사진이 많이 들어가는 화보 같은 경우에는 가로로 긴 사진,
세로로 긴 사진이 함께 들어갈 때 레이아웃을 고려해서 판형이 결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종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화보는 원본 이미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잉크를 많이 먹어서 검정도 회색으로
나오는 이라이트보다는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는 미모나 m매트가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재밌고, 휴대하면서 보기 좋은 책은 가벼운 이라이트도 괜찮을 것이다.
잉크가 균일하게 묻어나오고 발색도 좋으면서 벌크감(종이 면이 거친)이 적고,
가벼우면서 비침도  덜한 국산종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쓸 수 있는 본문 종이는 한정적이다.
얼마 전 두성 지류 세미나에서 일본 지류 회사에 만든 다양한 본문종이를 볼 수 있었는데,
수입종이는 비쌀뿐더러 국산종이를 애용해야 우리도 그런 좋은 종이를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은가.

또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양장에 관한 이야기인데..
우리나라는 책을 소장하고 선물하는 용도로 많이 쓰기 때문에 백색 미모에 양장 책이 많다.
양장을 하면 책이 덜 상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표지에 코팅을 하는 이유와도 통하는데 코팅을 안 할 경우
책이 쉽게 더러워지고 상해서 반품이 많다고 한다.
외국은 페이퍼백이 많은데 왜 우리는 무거운 하드커버가 많을까 불만도 많지만
이제까지는 이 욕구가 실제로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것도 점점 바뀌는 추세니까-
기사에서처럼 점점 더 가볍고 작은 책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 디자인이 아무리
다양하고 개성 있게 가더라도 본문 디자인 본연의 임무가 있다는 거다.
눈에 피로감을 덜 느끼고 무리없이 술술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종이 종류나 하시라 위치(페이지), 상하좌우 여백 등
여러가지가 그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본문 조판이다.

어떤 글자를 쓸 것인지 결정하고
(각 폰트 회사마다 명조의 특징이 있는데..
산돌은 글자 하나하나가 미려한 대신 조판했을 때 기준선이 왔다갔다하고
윤 같은 경우 곡선을 직선화시켜서 미려함이 떨어지지만
자소가 크고 단순해서 동화책에 쓰기 좋고
직지 sm같은 경우 장평과 자간이 벙벙하지만
잘 조절하면 기준선이나 뭉침이 골라서 본문에 쓰기 좋다.)
 
글자의 사이즈를 정하고
(책 본문에서는 9포인트에서 11포인트 사이를 흔하게 쓰는 것 같다.
작으면 읽기 어렵고 너무 크면 판독성(예인지 에인지 쉽게 구분하는 정도)은
좋을지 몰라도 가독성(글이 빠르게 잘 읽히는 정도)은 떨어진다.)

글자의 장평을 줄이고
(산돌이 아닌 sm이나 윤폰트는 장평을 100%주면 뚱뚱해 보인다)

자간을 좁히고
(어떤 회사의 명조체를 쓰느냐에따라 자간값이 달라진다.)

글줄을 적당히 벌린다.
(신국판 같은 경우 한쪽에 스물두줄에서 스물네줄정도..)

열*책*에서 나온 책 같은 경우 자간과 장평이 너무 좁고
행간도 좁아서 펴는 순간 숨이 턱 막히고 읽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
.
.

디자인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내용과 성능은 둘째치더라도 디자인만으로도
값어치가 있는 제품들도 많지만 책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는 판형과 종이, 내용을 빛나게 해주는 디자인..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상황들을 고려해봐더라도 책 사이즈와 무게가 작고 가벼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안에 담는 내용도 쉽고 편하게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 일 수 있다.
무겁고 진지한 내용은 피하고 위트와 볼 것이 많은 책들을 찾는 경향.
인문서나 과학서의 판매는 줄고 일본 소설만 불티나게 팔리는 요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백미보다는 입에 껄끄러운 현미가,
달고 자극적인 인스턴트보다는 담백하고 거친
자연의 음식이 몸에 좋듯이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지만 앞으로도 종종 이야기를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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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벼운 책이 좋아 (한겨레21, 681호)

    FROM Kimdahee | 감성+일기-북+디자인 2007/10/24 12:34  삭제

    책은 미모·신국판 단행본? 종이는 가벼워지고 크기는 작아지고 문고본이 자란다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두꺼운 책을 힘껏 들었다가 삐끗한다. 양장본에 한참이나 두꺼운데 가벼워서다...

  2. 책 인쇄_판형과 종이 문제에 관한 생각들.

    FROM Kimdahee | 감성+일기-북+디자인 2007/10/24 12:34  삭제

    정재완 http://www.jjwan.com 판형...고민...책의 판형은몇가지로 대표된다.약간의 변형판은 무수히 많지만 그 변형이라는 것이 원래 가진 폼은 몇가지로 축약된다.이유는 대량생산 해내는 종이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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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leurs 2007/10/24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점이나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여기 책들은 종이질도 별로에요. 책도 실용적으로만 만드는것 같아요. 물론 이쁘게 만든책들도 꽤 있지만요.
    처음엔 여기 책들을 보고 실망스러웠어요. -_-
    무슨 책이 아직도 80년대 수준일까 싶어서.

    이제는 조금 알것도 같아요.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은게..
    뭐든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다잖아요. ㅎㅎ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4 1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책들은 그중에서 좋은 것들이 들어오는 거고
      많은 책이 종이질이나 제본상태가 떨어지는 것 같던데..
      그니까 꼭 외국책은 좋다는 일반화를 해버리고 그에 반해
      우리는 왜 이러냐며 사대주의 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듯 해요.
      좋은 점은 취해서 우리꺼에 녹아들게 하면 그만.

      후후 사랑하면 알게되고 보이나니란 말..^-^ 백번 동감이요-

  2. Favicon of http://alonelydejavu.byus.net BlogIcon dEjaVu 2007/10/24 1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하고 약간 비슷해요.
    양장이 많이 팔리는 이유가, 양장밖에 안 나오기 때문 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3~4년 전만 해도 괜히 이쁘고 종이 부들부들 좋으니까 양장 샀는데
    요즘은 책값이 막 아까워요.
    사실 페이퍼백으로 나와도 책 읽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가독성이나 보관의 용이함이라든가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책의 외형 같은 건 좀 바뀌었으면 싶어요.
    아예 다 버리자는 게 아니라. 흐흐.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4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엔 양장보다 반양장(하드커버가 아닌)이 훨씬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반양장에도 부들부들한 종이가(미모) 많이 쓰이고요^-^

      페이퍼백이란 게 결국은 반양장에 재생지를 쓴 건데..
      읽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죠.

      아마 외형은 기사처럼 점점 가볍고 콤펙트하게 갈꺼에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진 않지만 -_-;

  3. Favicon of http://whiterock.tistory.com/ BlogIcon whiterock 2007/10/24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사서 볼 때, 책의 내용에만 집중을 했었습니다. 다희님의 글을 보고 그런 책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많은 고려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4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뿌듯하네요^-^
      좋은 내용을 더 잘 읽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하죠-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essence.tistory.com BlogIcon fresh verdure 2007/10/24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만드는 과정이 엄청 까다롭네요
    많은 것이 고려 되는 군요
    유용한 정보 꾹꾹 눌러 담아 갑니다~~^^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4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겠지만요-

      대부분의 책이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많이 까다롭진 않답니다-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감사합니다~

  5. Favicon of http://anygiven.tistory.com BlogIcon john 2007/10/25 0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희,여전히 우량블로거구나...
    (꿀꺽...)부럽다....
    아?
    오랜만이야^ ^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5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무슨 우량아 같자나요;;크
      오랜만이에요^-^반가워요~!
      블로그 없앴나했더니.. 옮겼구낭!

  6. 2009/04/21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kimdahee.com BlogIcon 다희 2009/04/22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독자들이 보기엔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사소한거 하나하나에도 고민하게 되요.
      반갑습니다~

  7. Favicon of http://www.designer-handbags-jewelry.com BlogIcon knockoff handbags 2011/12/04 2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데이터는 내 숙제를 위해 정말 멋진 경향이 있습니다. 내 생각에 당신은 모든 것을 포함.

  8. 1인출판사 2011/12/14 1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인 출판사를 이번에 개업했는데,

    표지 디자인은 얼추절추 했는데,

    본문 디자인이 너무 어렵네요..hwp 예시 화일 같은 것은 없는지요?

    본문 디자인이 너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표지는 제가 한 걸로도 충분해요

    아니면 의뢰를 드리면 작업도 해주시는지...

    메일 주소 좀 알려주세요.. 문의드릴께요

    아니면
    smallbrige 네이버 메일로 연락주세요

  9. Favicon of http://www.cheapknockoffhandbags.net BlogIcon knockoff handbags 2012/01/23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기사! 그것이 작품과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어떻게 흥미롭습니다. 나는 학문 쓰기 서비스 회사에 작업과 의학의 다양한 종류에 대한 기사를 써주세요. 게시물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