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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말한다
우에노 치즈코, 조한혜정 지음 | 사사키 노리코, 김찬호 옮김 | 생각의 나무

저번 주에 대학교 1학년인 셋째가 문맥적으로 괜찮은지 봐달라며 글쓰기 과제로 작성한 독후감을 내밀었다. 교열을 해준답시고 읽어보다가 한국과 일본의 두 페미니스트가 폭넓은 분야의 문제에 대해 편지를 주고 받은 책 내용에 관심이갔다. (어떤 책을 손에 쥐게 되는 계기는 다양한 경우가 있다.(웃음))
글 자체는 편지 형식이라 쉽게 읽혔으나 거기에 쓰여진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정치, 사회, 역사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다행히? 동생이 독후감을 쓰느라 열심히 달아놓은 주석 덕분에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주제가 심각하고 폭넓은만큼 현실 상황과 동떨어진 지루한 이야기로 흐르게 될 수 있는데,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서로의 의견에 동조하고 때로는 반박하기도 하면서 편지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우에노 치즈코가 말한 '바이링궐'의 개념인데 ‘바이링궐’이란 “남성의 언어와 여성의 언어, 학문의 언어와 현실의 언어, 근대의 언어와 탈근대의 언어 모두를 사용해 이야기 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영어까지 잘 구사할 수 있는-'바이링궐', 또는 일본어까지 구사할 수 있는-'멀티링궐'이 아닌, 자신이 소속 된 집단과 상대편 집단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말하는 것인데 문화 상대주의와도 통하는 맥락이다.

(치즈코는 영어가 모국어인 집단보다 영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해야만 하는 일본 사람들이 손 댈 수 없는 범위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또한 경계에서 말하기를 생산적으로 결론지으려면 단단하게 뿌리박혀있는 고정관념을 부드럽고 다양한 의견들로 헤체시키고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거나 설득하는 방식이 아닌 차이를 드러내고 인정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론의 언어가 현실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 이론으로 달성한 모델이 있어야한다.
두분은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 치즈코는 노인문제 해결에 조한혜정은 교육문제 해결에 접근했다. 내가 2003년도 일본에서 열린 이코그라다에 참가했을 때 조한혜정 선생님이 '하자센터'를 주제로 세미나를 했었던 게 기억난다. 나는 동시간에 있었던 다른 세미나를 듣느라 그 강의는 듣지 못했지만 큰 컨퍼런스에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목적 달성을 하지 않았나싶다.

하나의 중심에서 다중심으로 나아가며, 차이가 존중되는 사회를 원하는 한사람으로..이런 주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무관심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
세상에는..관심갖고 공부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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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편지 | 적의 무기로 싸우는 것에 대해


치즈코 | 이렇게 말하는 나는 '국산품'입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30대가 될 때까지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고, 게다가 구제도하에서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학위조차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 대학에서는 학위나 교직 자격이 없어도 강단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일본어라는 비관세 진입장벽의 보호를 받으면서 일본 대학은 지금까지 국산품 우위를 지켜왔습니다. 그것이 글로벌리제이션의 파도를 맞아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은 영어가 모어라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영어를 모어로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바이링궐(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이 의외로 적은 것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
나는 일본어로 말할 수 있는 덕택에 오히려 그들에 대해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따고 때때로 생각하곤 합니다. 바이링궐(멀티링궐이라면 더욱)은 자원입니다. 왜냐하면, 영어로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에 우리는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한혜정 | 내 책의 제목을 정하면서 나는 미국의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 선생이 자기 책에 '여성과 남성'이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그 앞에 '미국의'라는 단어를 붙여야 할지 말지 한번이라도 망설였을까 궁금해 했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중심부'에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겠지요.

미국 박사 학위증은 성차별을 상쇄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가진 '증서'였습니다. 내가 교수가 되었을 때 연세대 사회학과의 교수 전우너이 미국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분들이었습니다. 교수회의 석상에서 우리는 자기 출신 미국 대학에서 하던 제도를 참고했고, 커리큘럼도 '직수입' 한 것들을 비교검토하면서 만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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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벌인 '또하나의문화' 여성운동이 생각보다 잘 먹혀들었던 것도 이런 사대주의적 토양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서구 이론에 능통했던 우리들은 당신이 말했던 바, 곧 '적의 언어'로 적을 치는 '비법'을 활용하면서 페미니즘의 토양을 만들어갔습니다.


세 번째 편지| 여성의 급진성으로 다른 세상 만들기

치즈코 | '생산재로서의 남자'와 '소비재로서의 남자'를 분류한 적이 있습니다. 전자는 여자에세 생활 보장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남자입니다. 후자는 경제적으로는 별 볼 일 없지만, 잘 배려할 줄 알고 여자를 즐겁게 해주는 남자입니다. 여성들의 취향이 '생산재 남자'에서 '소비재 남성'으로 변하는 것은 여성에게 실력이 생겼다는 증거이기에,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도 여자가 꽤 강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듯한 에피소드였습니다.
...
바꿔 말한다면 내일을 위한 금욕보다는 오늘의 즐거움 쪽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섯 번째 편지 |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시대

치즈코 | 출산저하의 경향에 대해서는 나는 실은 조금도 비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이 도대체 어떻단 말인가'라는 기분입니다. 생식연령에 있는 젊은 남녀가 자기의 의사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는 선택을 한다면 거기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커다란 보살핌이라고 해야 하겠죠. 출산저하를 개탄하는 것은 그로 인한 국가 경제의 축소나 세수의 감소, 보험의 파탄, 장래의 노동력 부족 등을 우려하는 정계와 재계의 사람들뿐이고, 그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구와 경제로 환원된 일본의 현재 국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조한혜정 | 약자가 계속 살아가기 위한 사회를 설계하는 기회. 이 말은 내 가슴을 뛰게 하였습니다. 부단히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가치를 두었던 사회에서 존재 자체를 중시하겠다는 사회로의 방향 선회. '도구적 합리성'이 아니라 '소통적 합리성'을 살리는 사회를 이루어 가자는 모종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섯 번째 편지 | 탈근대를 향한 모험으로 뛰어들기

조한혜정 | '모두가 지는 게임'에 포섭된 상황을 가볍게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거대주의와 이분법적 논리로는 포착될 수 없는 이질적이며 국지적인 움직임들 말입니다. 자기를 소생시키면서 사회를 소생시키는 일을 하는 시민들의 움직임. 함께 큰 원형 식탁에 모여 즐겁게 식사하기. 남의 아이 잠시 맡아 기르기. 행복한 동반 여행 떠나기. 이런 운동 같지 않은 일을 하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사회가 소생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치즈코노후만큼은 여성을 가족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인생 80년을 사는 시대, 부모와 사는 기간이 약 20년, 그리고 아이와 사는 것이 약 20년. 나머지 반은 '가족됨'에서 내려와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미혼 여성이 이렇게 살기 편하게 된 것은, 근대 가족의 결혼과 성과 생식의 삼위일체가 붕괴되고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성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동일하지 않게 된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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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raytopia.net BlogIcon 레이 2007/10/27 2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다 보면 정말,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더군요 ^^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 예전에 뇌과학자 한 분이 말씀하신 게 있어요. 사람에게는 절차 기억, 신념 기억, 학습 기억이라는게 있는데 절차 기억이란 어릴 때 몸으로 배운 기억을 말하고 신념 기억은 개인의 체험을 통해 각인된 기억을 말한다죠. 중요한 건 학습 기억이랍니다. 학습 기억이 신념 기억을 변화시킬 수 있을 뿐더러 사람의 삶을 융통성 있게 만들어 주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35세가 넘으면 학습 기억이 거의 없답니다. 공부를 안 한다는 말이겠죠 ^^ 그러다 보니 나이들면서 신념 기억에만 의존하게 되고, 그래서 완고해지고... 뭐 그런다는 ^^ 괜히 말만 길어졌네요~ ^^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8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그래서 학습 기억은 줄어들고 신념 기억만 확고한 사람들이
      자기 고집이 세지고 고정관념만 느는걸까요..ㅎ
      학습 기억이 정말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신념 기억화가 되어야하는 것 같아요-

      전 경험으로 축적된 지식을 많이 신뢰하는 편인데..
      모든 걸 다 경험으로 쌓을 수는 없으니 책에서
      그 해답을 찾는 거 같기도하고..아 저도 말이 길어졌네요^-^;;

  2. 2007/10/28 0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8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투 백개! 역시, 미투 해주실 것 같았어요ㅎㅎ
      그 많은 거 언제 다 공부하죠..? 오래두고 공부해야 할 주제들..
      인내심 없이 호기심만 있어서는 아니 감만 못하겠죠^-^

      저보다 훨씬 더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는 분이니
      더 잘할 꺼라 믿습니다~함께 화이팅해요!
      (아참 이 책 추천이요~)

  3. 2007/10/28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8 2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앞선 미래 걱정에
      현재를 놓치지 않으렵니다..^-^
      이미 사진 찍다가 비바람을 맞아버렸네요-_-;;
      콜록콜록;;

  4. Favicon of http://alonelydejavu.byus.net BlogIcon dEjaVu 2007/10/29 1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식하지 말고 고루 봐야 하는데,
    요즘은 책 마저도 편식하고 있으니 큰일이에요.
    여유가 좀 생겨야 이리저리 둘러볼텐데 말이죠. =)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0/29 2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가끔씩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주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긴해요-ㅎㅎ
      하지만 가을이니까..좀 감성적인 책쪽으로 편애해도 괜찮을꺼에요^-^
      (그래서 어쩌란거니..;; )

  5. Favicon of http://www.uggbootssaleebay.com BlogIcon UGG BOOTS SALE 2011/11/20 1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외람된 말이지만, 카탈로그를 구할 순 없을까요?

  6. Favicon of http://www.designer-handbags-jewelry.com BlogIcon knockoff handbags 2011/12/04 1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앞선 미래 걱정에
    현재를 놓치지 않으렵니다..^-^
    이미 사진 찍다가 비바람을 맞아버렸네요-_-;;
    콜록콜록;;

  7. Favicon of http:// www.niftyfits.com BlogIcon clothing designer mens 2012/01/03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앞선 미래 걱정에
    현재를 놓치지 않으렵니다..^-^
    이미 사진 찍다가 비바람을 맞아버렸네요-_-;

  8. Favicon of http://www.cheapknockoffhandbags.net BlogIcon knockoff handbags 2012/01/22 2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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