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은 일요일이면 하고싶어지는 일이 있다.
내 몸 구석구석 깊은 곳까지 볕이 알알이 부서져 들어와 줄 것 같은 날.
베란다 앞에서 하루 지난 신문을 넓직히 피고 오른쪽 다리는 세우고
왼쪽 다리는 가부좌한 자세로 허리는 곧추 세운다. 오늘은 손톱깎는 날이다.
TRIM이라고 새겨진 손톱깎이로 왼손 새끼 손가락부터 둥글게 손톱을 잘라낸다.
"또각, 또각, 또각.."
오른손 손톱까지 다 자르면 신문지를 반으로 포개 잘려진 손톱을 모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차가운 물에 비누를 풀어 손을 한번 씻궈낸다.
다른 건 몰라도 손톱깎는 행위만큼은 조금은 경건한 의식처럼 치루고 싶다.
손톱을 먹은 고양이가 주인의 분신을 만들어냈다는 전래동화의 영향일 수도 있고
햇빛에 소독 성분이라도 있어서 손톱을 깎는 것과 동시에
마음까지 깨끗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의미부여를 하기 좋아하는 성격 탓이겠지.
유전탓?으로 머리카락과 손, 발톱이 유난히 빨리 자라던 나는,
귀밑 5센티를 유지해야하던 중학교 때는 남보다 두 배 자주 미용실을 찾아야 했고,
손, 발톱도 제깍제깍 깎아주지 않으면 지저분해지기 쉽상이었다.
그래서 내 몸 일부분이 가위와 칼 탓에 잘려나가는 상황에 좀 익숙하다.
손톱이나 머리를 손질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자라고 변하고 늙어간다.
매일매일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음에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기 힘들 뿐이다.
대게는 지난 사진첩에서 좀 더 통통하고 앳된 얼굴을 보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너 그새 많이 변했다.
라는 말을 들을 때 새삼 나이들어가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런데 손톱을 깎을 때면 내가 쉬지않고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다들 그런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창 무럭무럭 자랄 때는 밀고 또 밀어도 때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엄마 말대로 한 바가지는 너끈히 밀리는 것 같다.
하지만 목욕탕에서 할머니의 쭈글거리고 마른 등을 밀 때는
살이 벗겨질 것처럼 박박 밀어도 초록색 때밀이에 조금밖에 묻어나오지 않는다.
그때 그 등을 보면서 왜 그렇게 서글퍼졌는지.
아마도 자란다는 것은-내 몸이 무언가 생산해낸 결과물을(그것이 고작 때일지라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살아있다는 증거인가보다.
네일 해주는 언니는 손톱깎이 사용은 손톱에 무리를 줘서 안 좋다고 했다.
니퍼로 살금살금 밀어줘야 손톱 건강에 좋은 거라고-
하지만 니퍼로 밀면 솝톱깎이의 경쾌한 소리를 들을 수 없을뿐더러,
방금까지 내 손끝에서 생생히 살아있던 것들이 흔적도 없는
가루로 흩어져버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다.
손톱깎는 행위만큼은 조금은 경건한 마음으로 집중하고 싶다는 무의식은,
방금까지 생명력이 있던 것들을 생명이 없는 물건들로
만들어버리는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
나 사랑에 대한 발로(發露)일까.
'소소한 일상 > 단상 혹은 고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꿈' 꾸는 아이와 '꿈'은 꾸지만 '꿈'은 꾸지 않는 어른. (14) | 2008/01/10 |
|---|---|
| 내 마음이 지갑과 같으니. (13) | 2007/12/08 |
| 손톱을 깎는다는 경건한 행위. 생명을 무생명으로 만들어버리는 행위. (13) | 2007/11/13 |
| 죽음이란.. (17) | 2007/10/19 |
| 두부 예찬 (禮讚) (40) | 2007/10/15 |
| 믿음이 깨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16) | 2007/10/06 |





글을 읽고나니 손톱을 깎는행위도 상당히 특별해보이는군요.ㅋ 전 너무 무신경하게 깎아서 평소에 그런기분을 못느꼈었는데.ㅎㅎ 잘 읽고갑니다 ㅋ
사소한 것도 글로 써놓으면 특별한 것이 되어버리는 느낌..
그게 텍스트의 힘인듯해요- ^-^
잘 읽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오늘도 다희님의 감성에 공감하고 갑니다. ^-^
미투 버튼이 있어야겠어요-ㅎㅎ
저도 얼마 전에 KiKiBOSSA님
홀로 밥먹은 이야기보면서 무지 공감했다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쉽게 지나칠수 있는 손톱깎는 일에 이런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고 대단하네요^^
이 글을 읽고 난 순간 왠지 따스한 햇볕아래에 앉아서 전보다는 조금은 경건한 마음으로 손톱을 깎고 싶어지는 군요.
똑같이 하고 싶으시다니 목적 달성했네요? ㅎㅎ농담입니다-
사소한 건데 이래저래 수다떠는 습관이 들어서 그런가봐요,
특히 단상 혹은 고찰이라는 분류 글이 그렇네요 ^-^
아마 석짱님도 남과 달리 좀 더 특별하고
의미부여하고 싶은 사소한 것들이 있을꺼에요~
알게된 블로거의 사진들을 들춰보다가 시선이 머물러 떠나지 않는 사진이 있길래 한마디 했죠.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다고 말이죠.
아마도 참 좋은사람, 그사람과 함께한
손질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자라고 변하고 늙어간다.
매일매일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음에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기 힘들 뿐이다.
대게는 지난 사진첩에서 좀 더 통통하고 앳된 얼굴을 보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너 그새 많이 변했다.
라는 말을 들을 때
좋은 기사! 그것이 작품과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어떻게 흥미롭습니다. 나는 학문 쓰기 서비스 회사에 작업과 의학의 다양한 종류에 대한 기사를 써주세요. 게시물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기사! 그것이 작품과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어떻게 흥미롭습니다. 나는 학문 쓰기 서비스 회사에 작업과 의학의 다양한 종류에 대한 기사를 써주세요. 게시물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분명히이 사이트에 감동하고있는 전반적인 말을해야합니다. sistemas ERP는 당신은 확실히 당신의 crafting에 관한 열렬한 않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랬다면 나도 밝히셔서 write.Thank 수 있도록 기술을 구입 않았다. 존중,
게시물 멋지 네요. 매우 도움이 데이터를 게시할 수있는 기회를 획득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러나 당신이 곧 나올 쓰기 최대 건배의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의견을 기다리고있어.
이 사이트는 의심이 주제와 관점을 발전시켜 제공합니다. 나는 실제로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오직 우리가 블로그를 발생하지 않았다는 생각했을있는 방법이 없다. 많은 나는 웹을 여행했던 들고하는 데 나는 또한 웹사이트와 갑자기 풍경이 변경 못할지를 발견. 우수, 당신에게 신사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