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열어봤다.

열 번 테이크아웃하면 한번 공짜로 준다는 커피 쿠폰.
그것도 모든 음료가 가능한 게 아니라 아메리카노만 가능하다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가나? 패밀리 레스토랑 마일리지 카드. 5%는 정립해주나.
우리 미용실을 또 찾아주시면 다음번에는 5,000원 할인해 드리겠다는 쿠폰.
물론 커트는 제외하고 파마나 염색만 가능한.

생각해보면 정작 사용할 때는 까맣게 잊고 쓰지도 못할뿐더러 기간이 지난 쿠폰들도 허다하다.
마일리지는 얼마나 쌓여 있는지 감도 안 오고,
운 좋게 써먹으려고 생각해내면 어디다 놨는지 도통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더 기분이 나쁜 건 돈을 아끼자고 만든 쿠폰과 카드들에게 거꾸로 농락당하고 있을 때다. 

열 개의 빨간 도장을 채우고자 당기지도 않는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지 않는지.
마일리지를 쓰려고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두 배 비싼 밥을 먹고 나오지 않는지.
말도 안 되게 비싼 파마 값은 쏙 빼놓고 5,000원이라는 알량한 선심을 쓰는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가지 않는지.

이 정도 돼면 필요해서 넣어놓은 건지 지갑에 달린 포켓들을 위해 찔러넣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큰 집으로 이사가는 것 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집이 늘어나면 더 커진 공간을 가구나 물건으로 채우려고 하지만
공간이 작아진다고 하여 기껏 채워놓은 물건들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욕심이란 공간도 그렇다.
어떤 때는 이것만 채워지면 날아갈 것 같은데 그게 이루어지면 또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욕심을 채워서 기분이 좋았던 것은 한 순간이고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쉽게 잊어버린다.
채우고 싶은 공간을 줄일 생각은 못하고 날로 커지는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궁리한다.

지갑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필요없는 것들을 깡그리 버리고 나니 기분이 홀가분하다.
내 마음도 지갑과 같으니... 채워야 할 공간의 크기를 줄이면 좀 가벼워질 텐데.
아.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린 건데. 쉽지 않네. 아니 어렵네.


무소유를 쓴 법정스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무념무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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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inphic.tistory.com BlogIcon hello-shin 2007/12/09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은 마일리지나 쿠폰 시스템을 소비자보다 기업들에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에 가면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거나 하면 꼭 쿠폰 몇개씩을 딸려오거나, 카드 제휴업체에서 매번 보낸다거나
    하는게 많은데, 오히려 너무 넘치다보니.. '나한테 어떤쿠폰이 있더라.'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미국은 신문이나 카달로그에 쿠폰을 많이 끼워넣어 주는 편인데, 역시 기억했다가 활용하는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카드와 쿠폰에 거꾸로 농락당할때면, 착잡하긴 한데..
    그래도 안쓰면 안될것같고 뭔가 손해볼것 같은 이런 느낌은 어쩔수 없나봐요 ㅠ

    '큰집으로 이사가는 것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 더 어렵다' 라는 건 정말 공감되네요.
    빈공간만 보이면 꽉꽉 채워넣어야 안심이 되는 저같은 사람은.. 작은 집으로 이사할려면 물건의 반은 다 정리해야되는데...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버릴때만큼 미련에 휘둘릴때가 또 없는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2/09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그래서 이제 카드 만들어 드릴까요? 이러면 바로 아니요. 괜찮아요. 한다니까요.
      따져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만들어 놓는데 뭐가 이득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땐 가지고 있어봐야 소용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가장 좋은 건 소비를 계획적으로 하는 건데, 이게 또 말처럼 쉽지 않죠. -_-

      막상 버릴라고보면 괜히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같고.
      대단한 추억이 깃들여진 물건같고..;;

  2. 젯털 2007/12/09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버려야 잘 산다니까. ㅋㅋ

  3. Favicon of http://www.linstyle.net BlogIcon Arin 2007/12/09 1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려서 부터 하도 많이 당해서 이제는 꼭 필요한것, 자주쓰는것
    아니면 아예 쿠폰이나 마일리지는 신경 끄고 살아요.
    언제부턴가 영수증을 꼭 챙겨 지갑에 넣는 습관이 생겨서
    제 지갑에는 쿠폰대신 영수증이 수두룩-
    나중에 볼때 돈을 언제 얼마나 빼서 어디에 썼는지등등..
    역추적(?)하는데 유용하더라구요 ㅎㅎㅎ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2/09 1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그렇군요!
      카드는 없지만 영수증 때문에 지갑이 뚱뚱하겠는걸요.

      저는 취직하고도 신용카드를 안 만들었었거든요, 낭비할 것 같아서.
      지금은 만들긴 했는데 자주 인터넷 뱅킹에 들어가서 체크하고,
      월급받으면 바로바로 적금에 넣는 방식으로 절약?하요..-_ㅜ
      그래도 사고 싶은 건 여전히 많고ㅎㅎ
      가끔 이 정도 애썼으면 하나 사도 괜찮아. 라며 합리화시키고 덜컥 충동구매를..ㅋㅋㅋ

  4. Favicon of http://dkmaster.tistory.com BlogIcon 아오네꼬 2007/12/09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지갑도 뚱뚱하기만하지 쓸데없는 카드들이 너무 많이 차지하더라구요... 그렇다고 버리기엔 애매한 존재들이죠. 비단 지갑 뿐만아니라 크게보면 제 방도 그렇고... 더 크게보면 제 인생도 더 정리할 수 있는부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대로 남겨 둔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2/09 17: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말 재밌네요~ 지갑 정리처럼 인생 정리도 된다면 참...
      맘 먹은데로 필요한 것과 필요없는 것을 관리하고,
      쓸모 없는 곳에 에너지 쏟지 않고 쓸모 있는 곳에 에너지를 부으면서.
      이 정도 되면 종로에 돗자리피면 되려나.ㅎㅎ

  5. 꽃순이 2007/12/09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념무상. 참 어렵지. ㅎㅎㅎ
    네가 쓴 글 보고 내 지갑을 들여다 봤는데 이건 뭐 너무 없다..-_-;;;
    너무 버려도 마음이 휑한 것이...참..그 수위를 조절한다는 게 어렵네그랴. ㅎㅎ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2/10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니까..그게 너무 버려서 머니클립 사이즈가 돼도 곤란하다니까 '_'a
      그래두 예전보단 머리 속을 비우고 사는데, 아직 정리해야할 것이 많아~
      상상금지!

  6. Favicon of http://narrate.cafe24.com/tc BlogIcon 하나마루 2007/12/10 2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얼마전 지갑잃어버리고 해서 이젠 지갑 없이 머니클립만 가지고 다녀요.
    현금카드는 무통장 거래로 계좌번호 외워서 다니고 교통카드는 핸드폰에 들어있고...ㅋㅋㅋ
    주머니가 널널해요...ㅋㅋ
    예전에는 지갑을 두껍게 하기 위해 천원짜리를 수북히 넣고 다녔던 기억이...ㅡ.ㅡ;;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12/11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천원짜리 스무개 넣고 다녀도 이만원이니 괜찮은? 방법이네요 ㅎㅎ
      머니클립이 간편하고 가볍죠. 위에 비유는 좀 다른 뜻이지만- ^-^;

      지갑 잃어버리면 참 속상한데..돈도 돈이지만 저는 지갑에 사진을 많이 넣고 다녀서..
      그거 다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 =_=
      오고가다 심심하고, 문득 그리워지면 열어 보거든요.

  7. Favicon of http://www.cheapknockoffhandbags.net BlogIcon knockoff handbags 2012/01/23 16: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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