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값싼 좋은 책을 사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던 어머니께서
동생들과 함께 보라고 세계문학전집을 사주셨다. 그중에서도 유독 '작은 아씨들'이
눈에 띄었던 건 표지에 곱게 그려진 네 딸과 환하게 웃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나도 모르게
딸부잣집인 우리집과 비슷한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 소설은 나이가 좀 들어야 공감할만한 다른 고전에 비해 가족 구성원의 성장과
가족애에 관한 주제로 어린 내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올컷은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을 써달라는 발행인의 요청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글쓰기에 재주있는 둘째 딸 조는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Louisa May Alcott) 자신으로 자기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은 남부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소설의 시간적 배경일 뿐 중요한 것은
전쟁터로 나간 가장이 집을 비운 동안 어린 네 딸들이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슬기롭게 역경을 헤쳐나가고 자신들의 꿈을 갈고 닦는 데 있다.
올컷은 1869년 이 소설을 발표하고서 미국의 대표적인 여류작가에 꼽히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이 소설 외에는 별다른 히트작이 없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속편인 '좋은 아네들' 그 인기를 잇기는 했다.)
1994년에 동명 소설이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 온화한 어머니 역은 수잔 서렌든,
큰딸 답게 사려 깊고 아름다운 메그는 트리니 알바라도,
다혈질에 남자같이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 둘째 딸 조는 위노나 라이더,
피아노를 잘치고 누가 말만 걸어와도 볼이 빨개지는 착한 셋째 딸 베스는 클레어 데인즈,
허영심이 있긴 하지만 사랑스러움이 매력인 막내딸 에이미는 커스틴 던스트가.
마치 가(家)를 도와주는 든든하면서도 귀여운 도련님 로리 역은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했다.
1933년, 1949년에도 영화화되었는 데 캐서린 헵번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등장하는 걸 보니 작은 아씨들은 초호화 럭셔리 캐스팅이 포인트인가 보다.+_+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15년 만에 소설을 다시 읽은 지금,
영화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겨서 곧 시간 날 때 볼 예정이다.
나는 독서 습관이 첫 장을 펴는 순간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허벅지 쿡쿡 찔러가며 읽는, 어렵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 한 권과
그때그때 충동적으로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단숨에 읽어버리는 책 한 권
이렇게 두 권을 같이 두고 읽는데 첫 번째처럼 읽는 책은 꾸준히 진도가
나가긴 하지만 어느 세월에 다 읽을지 장담할 수는 없는 책이다.
(지금 읽는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이 그런데 책 제목만 몰입이지 책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두께도 한 권만으로도 거뜬히 베개가 될 정도로 두꺼운 데 언제 다 읽나 싶다.)
작은 아씨들은 두 번째 경우로 퇴근길 버스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글 앞에 쓴 일이 생각나면서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기분에 다시 찾게 되었다.
다시 읽는 '작은 아씨들'은 구절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면서
13살에서 17살까지의 '작은 아씨들'이 결코 '작은' 아씨가 아님을 느꼈다.
가난한 브룩과 결혼하면 유산을 조금도 주지 않겠다는 할머니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의 사랑을 외치는 메그,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를 위해 자기가 자랑삼던 긴 머리를 자르고
결국 이불 속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 조,
풍족하지 않은 살림인데도 자기보다 더 가난하고 아픈 아기들을 위해
봉사하다가 성홍열까지 걸린 베쓰,
언니들에게 자기가 아끼던 보석을 다 주겠다는 유언장을 쓴 에이미,
다 '큰' 아씨도 하기 힘든 일을 불평없이 해내는 네 딸들.
그리고 완벽하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모성애와 인내심으로
네 딸들을 기르고 남편을 내조하는 어머니.
몇 차례 이 가족에게 큰 위기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해피앤딩.
한동안 워낙 현실적이고 씨니컬한 책을 많이 봐서인지
(그렇다고 작은 아씨들이 비현실적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읽으면서 이런 완벽한 가족 구성원이 존재할 수 있나? 닭살 스러운 느낌도 들었지만
12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계속 읽히는 고전이 된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원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해도 어릴 적에 동생들과 이 책을 읽을 때는 우리 집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좋아했었는데(진짜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
다 커서 읽게 된 지금은 내가 앞으로 만들 가정이 이런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그런 가정을 만들기 위한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또 15년이 흘러 '작은 아씨들'을 다시 읽을 때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아 .. 왜 간단하게 포스팅 하려고 해도 쓰고 나면 이리도 길어지는걸까;;
그리고 올려 놓고는 조금씩 수정하고 덧붙이고 삭제한다,;;
철학이라는 것은... 생각이란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거 같아요.
예전에 비트겐슈타인의 책 몇 권을 읽어보면서 이게 뭔소린가 하면서도 다시금 되짚어보면 '아핫' 하는 부분들이 있는듯?
앞으로도 '밑줄긋기' 많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저 역시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되도록 철학서들과도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하는데
정말 철학서의 모양을 한 책보다는 이 정도의 말랑말랑한 느낌이 가깝게 다가오는건 어쩔 수 없나봐요.ㅎㅎ
밑줄긋기를 자주 올리려면 포스팅 자체를 자주 해야할텐데 요 글 올린지도 어언 5일째. =_=
엇! 나 이 책, 꽤 흥미롭게 읽었던 건데. :)
"...적당한 상대만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리라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어하는 것까지 타인이 결정한다는 증거다. " p.323
요즘 관계에 관한 논문들을 몇 편 읽고 있는데
특히 이 구절이 참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더라. ;)
난 읽었던 책 한번씩 순회공연?하는 습관이 있어서 이것도 다시 읽어 봤는데-
책이란게 그 때마다 주는 느낌이 다르고 와닿는 대사가 달라서 다른 즐거움을 주는 거 같아.
언니가 밑줄그어준 부분도 인상깊었는데.ㅎㅎ 특히 사회생활하면서 사람들 만나면 많이 느끼잖아~
그 사람의 관심사나 그 사람과 대화가 잘 통하는 주제로 일부러 말하게 되는...^-^
할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말 못하는 그 느낌..
충분히 공감 한다죠^^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말을 꺼내고보니 내 생각을 흔들어 놓는거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말이란게 마음을 잘 대변하지 못할 때도 많구요. ^-^
비밀댓글입니다
아무래도 여자보다는 남자 블로거가 훨씬 많죠?
저도 반갑고 놀러가겠습니다. ^-^
듣고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언들이 종종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왠지 공허하게 들리더군요.
그러곤 속으로 중얼거리죠. '제길 누군들 그걸 몰라서 못하나?'
결국 본인의 나약함을 탓합니다.
맞아요. 저런책 읽는다고 크게 달라지거나 현실에 반영되거나 하진 않지요?
홍다이님 뿐만이 아니라 저도,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꺼예요. ^-^
요 책 e-book 으로 읽다가 다 못읽었는데..영문판으로라도 마무릴 해야하나 싶어요.
알랭 드 보통 언니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
소설이면서도 실용서 혹은 철학서 같은 책을 만드는 재주를 가진 작가예요~
영문판으로 독해가 되신다면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어쩌면 '나 자신'과 '타인이 아는 나'는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같습니다.. ^^
가끔 그 '나 자신'과 '타인이 아는 나'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해요.
아무래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 있으니까요.
갑자기 어려운 이야길 하시니...ㅎ 암스테르담갔다가 들렸던 고호 미술관이 생각나네요.
천재들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이해되기 힘든 경우도 많잖아요. 고호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들에만 가치를 두고 그런 그림만을 고집했다면 지금처럼 존경받지는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자기를 알아주고 끝까지 지켜주었던 동생 테오가 있어서 나중에 인정을 받게 되었지만, 상대방의 인식 "밖"에서 사는 그 외로움 속에서도 "개성"을 지켜내는 것도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니까...
전 전공이 금융시장이라 자본주의를 완전히 부정하는 편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도 지적하신(밑줄친~~ㅎ) 문구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의 가치는 남들이 인정해 주는 가치만큼을 의미하죠. 그래서 만약 모든 사람들이 남들이 볼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일에만 가치를 두게되면 시장은 "뷰티 컨테스트(미인대회?)"가 되버릴 수도 있어요. 알맹이는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속알맹이 없는 사회 말이에요. 우리의 삶에는 남들이 인정하는 것 이상의 것이 있다고 믿어요.
고로 알랭 드 보통의 주장이 저 밑줄친 표현으로 정리된다면 전 그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주식도 거품생겼다 언젠가 꺼지듯이 시간이 지나면 그 진가는 반영되기 마련이에요. 세익스피어 소설도 어린아이는 싫어해도 나이 들어 철들면 그 가치를 알게되는 것 처럼말이죠. 애인이 자기 가치를 못 알아주면 애인을 바꿔야죠 (너무 과격한 표현이고 현실에선 애인사이에도 공간이 필요한 것 같죠? 서로 숨을 쉴 수 있도록. 서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같아요.ㅎㅎ (가장 이상적인 상황) 자기도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가치를 상대방이 발견하고 지켜준다면 이 세상이 천국일텐데... 그런 상황은 꿈꾸지 맙시다. 실망이 너무 크오니...).
좋은 글 자주 올려줘요 누나.
요즘 포스팅이 뜸한거 같아요 ㅎㅎㅎ 바쁘신가봐요.
저는 요즘 우리 성당 신부님이 쓴 책 자기전에 잠깐씩 보고 있는데, 영성심리를 공부하셔서 그런지,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하시더군요...무릎을 탁 칠 때가 많아요. 신부님은 심리공부를 마음공부라고 하던데, 자기 안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게 그 시작이래요.
우리 신부님 머리맡에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 책을 두고 잔다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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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방면에서 좋은 그림 모집하는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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