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바구니 하나 덜렁 들고 시장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큰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 마트가 많아지고 급속도로
재래 시장이 줄어들고 있어서 시장 보는 재미 또한 줄어 들었지만 말이다.
집에서 막 나온 듯한 차림새를 한 사람들이 북적대고 쌈지돈이 오가는
재래 시장의 풍경은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비릿한 생선 냄새는 코끝을 자극하지만 그건 결코 피하고 싶은 냄새가 아니었고
강원도에서 올라온 흙이 그대로 묻어있는 감자와 모양새가 균일하지 않은 울긋불긋한 사과들- 국거리용 고기 한근을 주문했는데 같은 값에 한근 보다 더 주고는 또 오라고 말하는 정육점 주인의 표정은-
계산적이거나 객관적이거나 계량화 된 요즘의 개념과는 거리가 먼 풍경들이었다.많은 나이가 아닌데도 내게 그런 향수가 있는 이유는 중학교 올라오기 전까지
살았던 화곡동 송화시장 풍경이 시장에 대한 내 기억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몇일전 정미네 언니네 집을 갔다오면서 근처가 화곡동이라서 송화시장의 모습을 슬쩍 봤는데
그 옛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화려한 전광판과 딱딱 블럭처럼 짜맞춘 것 같은 시장의 모습만이 나를 안타깝게 했다.거대한 마트 사이에서 그네들 또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변할 수 밖에 없는거겠지...
이렇든 시장과 농산물, 생선, 자연 그리고 사람에 대한 갈데없고 달래기 힘든
나만의 향수를 채워준게 91년부터 방송된 KBS의 장수프로인 6시 내고향이다.옛날부터 좋아하는 프로긴 했지만 입사한 이후로 일찍 퇴근 할 때면
버스 안에서 디엠비로 6시 내고향을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대게는 리포터가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의 특산물과 문화를 소개하고
현장에서 바로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시식하면서 도시인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데
나에게는 왠만한 드라마나 쇼프로보다 훨씬 재밌고 신이난다.
몇일 전에는 서해 바다의 꽃게가 많이 잡히는 마을 장터가 소개되었는데 리포터가 붉은 배를 가진
왕 꽃게를 들고 싱싱하다고 카메라에 들이밀다가 꽃게가 리포터의 손가락을 무는게 생방송으로 방영되었다.어찌나 꽉 물었던지 그 리포터는 꺄악하고 비명을 질렀는데 끝끝내 꽃개가 집게를 벌리지 않아서
옆에 있던 장터 아주머니가 집게를 분질러 뜨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만큼 앙칼지고 튼실한 꽃게라는 것이 그대로 방영되는 순간이었다.
또 동해 바다에서 조개 양식 농장에 성공한 할아버지 사연도 소개 되었는데
동해는 파도가 세가 물이 차서 조개 양식하기에는 이래저래 안 좋다고 한다.
처음 몇년은 실패도 많이하고 돈도 많이 잃었지만 우리 동해 바다를 연구하고
계속적으로 실험을 거듭하여 지금은 동해 바다 조개 양식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덕분에 많은 어민들이 그 아저씨한테 기술도 배우고 일도 돕고 있는데 맛없고 캐낸지도 오래된
중국산 조개가 아닌 갓잡아올린 싱싱한 조개를 맘껏 먹을 수 있는건 그 덕분일 것이다.이렇게 갖가지 수산물, 농산물, 축산물들을 소개한 이후에는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을 해서 그곳에서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전두환을 닮은 탤런트 박용식 아저씨의 구수하고 느릿느릿한 음성과 잘 어울린다.
평생 농사와는 상관없는 직장에서 이삼십년을 넘는 세월을 보내다가 귀촌을 하면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마을 사람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면서 그 작물에 대해 도가 트고 나면
농촌 생활의 한가로움과 풍요로움에 빠져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안 든다는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조금 나이든 분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농촌 생활에 대한 동경과
한적한 시골에서 팬션을 지어놓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듣게 된다.
아마도 많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비슷한 꿈과 향수가 조금씩은 있나보다.
그나마 각박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살이에 이런 TV프로가 이런 마음을 달래주고
자연과 숨쉬고 땅을 밟으며 우리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아울러 그들의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그리고 이런 고마운 분들이 더 행복하게 잘 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의 먹거리를 우리가 지키야 하는 것인데
그럴려면 농어촌이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기술이 집약된 형태로 변형되고 발전해야 한다.
안 그래도 하나, 둘씩 중국, 미국 농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는데...더이상 소홀하게 생각하여 후퇴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값싼 중국산 마늘보다는 서해 바다의 바닷바람과 좋은 흙에서 태어난 육쪽 마늘
(마늘을 폈을때 80이상이 여섯 쪽이라서 육쪽 마늘이라고 한다.)이 건강에도 좋다는데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네 식탁에 토종 농수산물이 많이 올라오길 바란다.
또 6시 내고향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앞으로 오래오래 장수했으면 좋겠다.
PS | 그런데 맛있게 식사하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서 퇴근길 버스 안에서 곤욕스럽다. ㅎㅎ
정말이지..국물내는데는 멸치가 없으면...맛이 없어요. ㅎㅎㅎ
멸치 국물만 잘 우리면 잘 삶은 면과 양념간장만으로도 맛있는 잔치국수가...ㅋㅋㅋ 이런 배고프네요.
참. 오늘 우연히 은유누나를 만났어요. 교보에서. ㅎㅎㅎ 어찌나 반갑던지. 바빠서 길게 얘기 못했지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세상이 어찌보면 좁구나 싶기도해요.
맞아~ 맛있는 멸치로 국물 우리면 고명 안올려도 맛있어. ^-^
일하다가 으뉴 만났구나~ 막 폰번호 알려주기로 해놓고 문자도 못보내고 있었는데;ㅎㅎ
반가웠겠다.
특히 서울 하늘 아래는 좁아서 생각지도 못하게 사람을 만나게 된다니까~
나도 많이 경험하곤 해. ^-^
그중에서도 최고는 니가 끓여주는 멀치국물 라면이다 ㅋㅋㅋㅋ
세상에... 멸치국물로 끓인 라면이 이렇게나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사람들이 놀랄텐데. ㅋㅋㅋㅋ
으하하하 언제 이런 초깜찍한 댓글 남기고 가쪄~
라면이 몸에 안좋으니까 그렇게 끓이면 좀 나을 것 같아서~
그래도 자꾸 끓여달라 하면 안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