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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5 난초의 은은한 향기가 나는 선비. 나의 선생님. (10)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2002년 9월, 대학교 1학년 2학기 타이포그라피 시간에서였다.
원래 그 수업을 맡고 계신 안 선생님께서 그 해에 안식년이어서
서울여대 교수님으로 계시던 한 선생님께서 한학기 동안 우리를 맡아주셨다.

그 예전에도 우리학교에서 강의를 하셨고, 타이포 수업 시간에 교과서로
쓰고 있던 '한글 디자인'이란 책도 안 선생님과 공동 집필하신 책이지만
서울여대 교수님으로 가시면서 그쪽 학생들 위주로 지도하게 되셨기 때문에
그 해에 내가 선생님께 수업을 받게 된 것은 우연이자 인연인, 너무 감사할 일이었다.

선생님은 언제나 온화한 미소에 차분한 음성으로 한글의 역사와 한글 디자인,
타이포그라피에 대해 강의해 주셨는데 그 모습이 언제나 은은하면서도 한결같은,
난초와도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반드시
조선시대 절개 있는 선비의 모습일 꺼라 줄곧 생각했다.


선생님의 수업에 특별히 재밌는 농담이나 귀가 솔깃해질 만한 이슈는 없었지만
한글에 대해서 우리가 모르고 있던 것을 일깨워주셨고 기본과 꾸준함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디자인은 각자의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각자의 폰트 스케치를 보면서
선생님이 지적해 주시는 것은 취향 문제를 떠나 워낙 디테일하고 맞는 말씀인지라
모든 것이 수긍이 되었고 더 나은 글자를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을 불어넣어 주셨다.

하지만 1학년 타이포 시간 과제는 거의 살인적이여서 시각보정 과제와
영문과 한글 레터링, 좋은 타이포그라피 찾아오기 등 매주 쏟아지는 개별적인 과제와
한 학기 동안 모두가 세벌체 하나를 완성해야 한다는 엄청난 미션으로 그 전날 밤은
하얗게 지새우기 일쑤였고 선생님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천천히 흐르는 말씀과
안 그래도 졸린 아침 아홉시부터 배고픈 한시까지의 에누리 없이 꽉 찬
수업을 듣고 있자면 졸린 눈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반을을 알기 위해 아이 컨텍트를 하는 습관이 있으셨는데
사실은 졸고 있는 학생들 일어나라고 눈을 바라보며 수업 하셨던 것일지도 모른다. ㅎ

비록 한학기의 수업이었지만 선생님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선생님을 떠올리면 언제나 그분이 생각난다.

그 뒤로도 한울전을 하면서 가끔 뵙고 안부를 물을 수 있었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빨리 흘러 저번 주에 사제지간이 아닌 회사일로서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뵙는다고 하니 서울여대로 가는 길 내내 어찌나 설레고 들뜨던지..
혹시나 어색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보는 순간 그런 걱정이 무색해지게
선생님도 환하게 나를 맞아주셨고 나도 보니까 반갑고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선생님은 나를 학생으로서가 아니고 직장인으로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놀랍다면서 명함을 주셨고 나도 감히 내 명함을 드릴 수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금세 난초 향기가 몸을 감쌌다.
선생님은 내가 주위를 밝혀주는 빛을 지진 사람이라고 칭찬해 주시지만
선생님이야말로 언제나 주위를 은은한 난초 향기로 감싸주시는 분이다.
처음 본 편집자 선배가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따뜻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선생님의 난초 향기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지는 인사와 나누는 악수 속에 아쉬운 마음이야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선생님의 좋은 작업 열심히 하라는 말씀에서
곧 또 좋은 일로 우연히 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선생님 언제나 건강하세요.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때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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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옵저버 2007/09/16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입니다.
    kbs 그 사람이 보고 싶다를 여기 다희님 블로그에서 본다.
    그 기분입니다.
    선생님과 제자, 두 분 모두에게서 난초 향기가 은은하게 스밉니다.
    그리고 한 아름에 안기는 다희님의 그 마음이 참 좋습니다.

    서체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가로, 세로, 기울기, 두께 등에 따라 서체가 달라지고 느낌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어떤 글에는 어떤 서체를 쓰는 것이 좋다는 공식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 서체가 개성이 강한 것 같지만 우리 한글도 개발하면 느낌 좋은 서체가 나올 것 같습니다.
    저도 서체 디자인을 공부하려고 여기에 가끔씩 올까 합니다.

    내가 왜 그러는지는 아시지요?
    제가 쓰는 글에서 글자 모양과 글자색에 따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편히..

    추가-
    서체를 공부하려면,
    다희님 블로그에서 뭐부터 읽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세요.^^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09/16 2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기분이 취해서 쓴글이라..다소 느끼하죠?-_-
      (하지만 맘속으로는 훨씬 더 좋아하는 분이라..ㅎ)

      영문 서체는 역사가 오래되고 그만큼 활자꼴 개발도 많이 되고
      오랜기간 여러 사람 손을 걸쳐 다듬어져서 완성도가 높은 서체가 많아요-
      상대적으로 한글 서체는 그렇지 못하구요.
      하지만 점점 다양한 서체가 나오고있고
      점점 쓸 수 있는 서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식적이고 재미있는 제목용 서체보다는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필요한
      본문용 서체가 많이 만들어져야겠지요.^-^

      저는 글자 디자인에 잠깐 발만 담궈본 정도라 감히 뭐라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랍니다-
      지금은 그저, 글자를 가지고 편집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 뿐이고요..^-^;

      제가 쓴 글 중에도 서체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글은
      역시 없네요, 혹시 필요하시다면 책을 몇권 추천해드릴 수는 있을 것 같네요^-^

  2. Favicon of http://choieunhye.com/blog BlogIcon choieunhye 2007/09/16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학교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랬네요.
    한재준 교수님+_+

    전 아직 사진으로밖에 뵙지 못하고
    교수님의 수업을 듣지는 못했지만
    곧 뵐 생각에 기대를 하고 있지요-

    정말 다희님의 표현처럼 난초같으신 분 같아요.

    학생들 사이에서도 매너좋고 친절하시기로
    유명하시고^_^

    가끔 다희님 블로그를 눈으로만 보다가
    반가운 마음에 댓글 달아봐요-
    ^_^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09/16 2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귀한 손님이 와주셨네요^-^ 반가워라~ 서울여대 다니시는군요~
      서울여대는 교정이 어찌나 예쁜지 나무도 많고
      미대 건물도 깨끗하고..참 좋아보여요~
      카메라 못가지고 간 것을 아쉬워했어요.

      전 한학기 밖에 수업을 못들었어도 선생님이 이리도 좋은데
      계속 가까이에서 뵐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복이라고 생각하시고 열심히 들으시면 수업 듣고 나면 얻는 것이 많을꺼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디자인 센스가 있는 학생보다 노력하면서
      열심히 따라오는 학생을 훨씬 좋아하셨거든요..

      역시, 인기 만점이군요-ㅎㅎ매너 좋으시고 친절하시고 온화하시고..
      후후, 수업 듣게 되면 포스팅도 해주세요!

  3. Favicon of http://blog.baramare.com BlogIcon 바람아래 2007/09/16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역시 힘들때 도움주시던 은사님이 기억나네요.
    그분덕분에 열심히 지내고 있죠.ㅋ
    비 많이 오는데 태풍 조심하시길...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09/17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이란 말은 참 좋아요, 그래서 대학와서도 교수님이 아닌
      선생님으로 불렀더라죠. 선생님은 저를 따뜻하게 이끌어주고
      힘들 때 도움이 되주실 것 같거든요..
      살면서 힘이되는 은사님을 만난 것은 행운인 것 같아요^-^

  4. Favicon of http://www.cyworld.com/jakka BlogIcon Pesas 2007/09/19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저는 지금 와이프랑 결혼하게 된 것도
    광고 공부할 때 알게 된 카피라이터 선생님 때문이죠
    지금도 자주 뵙고, 여행 다녀올 때마다 와인 사드리고
    저희 결혼 때 주례도 봐주신 젊은 생각을 가진 멋진
    분이지요. 하.하.하.

    • Favicon of http://kimdahee.com/t10 BlogIcon 다희 2007/09/19 16:26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그런 인연을 만들어주신 분이라니,
      충분히 멋지고 좋은 분이네요^-^
      같이 존경할만한 어른이 있다면 것도 행운이네요-
      거기다 주례는 한쪽만 아는 분이 하기 쉬운데
      두분다 친한 분이었다니 더 뜻깊은 주례사를 해주셨을 듯^-^

  5. Favicon of http://www.designer-handbags-jewelry.com BlogIcon knockoff handbags 2011/12/04 1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은 나를 위해 정말 좋은 읽습니다. 당신은 내가 본 최고의 블로거 중 하나인 것을 동의해야합니다. 이 정보를 문서를 게시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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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기사! 그것이 작품과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어떻게 흥미롭습니다. 나는 학문 쓰기 서비스 회사에 작업과 의학의 다양한 종류에 대한 기사를 써주세요. 게시물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